[이글리사] 작심삼일
2016. 6. 20. 02:47ㆍ사이퍼즈/이글리사
2016.01.30 오후 11:09
이글은 정신없이 방 안을 빙빙 돌았다. 아침부터 되는 일이 없었다. 검술 연습을 하면 손가락을 베이고, 식사를 하면 포크를 떨어뜨렸다. 샤워를 하면 찬 물 세례를 받았다. 하다 못해 푹신한 침대 위에 몸을 뉘여보아도 도통 잠이 오지 않았다. 이글은 짜증스럽게 혼잣말을 뱉었다. 대체 뭐가 문제야. 한참을 누워 있던 이글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고작 사흘 못봤다고 이렇게 힘들다니. 다신 안 찾아가겠다고 말한 것 치곤 초라한 모양새였다. 이글은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중얼거렸다. 대체 왜 그런 소리를 했지. 후회해봤자 소용은 없었다. 이미 말은 뱉었고, 어기기는 싫었다. 검사의 자존심이었다.
나흘 전, 리첼이 연합에 찾아온 날이었다.
"우리 언니 좀 가만 놔 둬, 홀든!"
잔뜩 화가 난 얼굴로 바락바락 악을 쓰는 리첼을 붙잡고 무슨 일이냐고 몇 번이고 물어도 리첼은 좀처럼 화를 삭히지 못했다.
"왜 그래. 리사한테 무슨 일이라도 있어?"
"너 때문에 이제 우린 음악을 못할지도 모른단말이야! 다 너 때문이라고!"
한참동안 소리를 지르던 리첼은 토마스가 만들어 준 파르페를 세 개나 먹어치우고 나서야 비로소 말문을 열었다. 일주일 전에 리사는 홀든가의 가주, 즉 이글의 아버지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편지에는 이글과의 만남을 그만두지 않으면 후원을 끊겠다는 내용이 적혀있었고, 어찌 해야할지 몰라 당황한 리사가 편지를 악보 사이에 끼워두었는데 악보를 찾다가 이를 우연히 발견한 리첼이 리사에게 무슨 일인지 묻자 펑펑 울었다는 것이다.
"너한테 그만 찾아오라는 말도 못하고 일주일동안 밤새 울었대. 언니가 그렇게 힘들어했는데 대체 넌 그동안 한 게 뭐가 있어!"
뒤통수를 엊어맞은 듯 멍했다. 이글은 방금도 리사를 만나고 온 참이었다. 리사는 평소처럼 인사해줬는데... 이글의 중얼거림을 들은 리첼은 당장이라도 파르페를 집어던질 기세로 외쳤다.
"이 멍청아. 우리 언니는 바보같이 착해서 남이 곤란해 할 말은 절대 못해!"
그래. 리사는 그랬지. 한없이 착했다. 매일같이 찾아가도 귀찮은 기색 없이 맞이해주는 상냥함. 매번 들려주는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 따스한 빛같은 소녀였다. 그런 리사가 혼자서 얼마나 울었을까. 이글은 리첼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글은 그날 밤을 꼬박 새웠다. 아버지가 눈치채지 못할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런 강경책을 써 가면서까지 말릴 줄이야. 매일 찾아가는 자신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속으로 앓았을 리사를 생각하니 미안하고 괴로워서 잠을 이룰수가 없었다. 새벽이 지나 아침이 오자 이글은 막무가내로 리사를 찾아가 리사가 뭐라 말을 하기도 전에 먼저 말을 뱉어냈다.
"이젠 더이상 찾아오지 않을게. 나 때문에 불편했을테니까. 그동안 미안했어. 리사."
그렇게 멋대로 말하고 떠나온지가 이제 겨우 사흘째였는데. 더 이상은 못버틸 것 같았다. 침대에서 일어난 이글이 중얼거렸다. 이대로는 안 되겠어. 이글은 탁자를 쳐다보았다. 리사에게 미처 전해주지 못했던 꽃다발이 유리병에 예쁘게 꽂혀있었다. 주지도 못할거면 왜 샀냐고 잔소리를 늘어놓던 나이오비의 얼굴이 눈에 선했다.
"하여튼, 오지랖도 넓으셔. 다 풀어서 꽂아놨네."
이글은 꽃 한 송이를 집어들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리사를 닮은 작고 예쁜 꽃이었다.
"전해주러 가야지. 리사한테."
전해드려야지. 아버지한테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괴롭히지 말라고. 이글은 문 밖을 나섰다.
햇살이 따스한 날이었다.
이글은 정신없이 방 안을 빙빙 돌았다. 아침부터 되는 일이 없었다. 검술 연습을 하면 손가락을 베이고, 식사를 하면 포크를 떨어뜨렸다. 샤워를 하면 찬 물 세례를 받았다. 하다 못해 푹신한 침대 위에 몸을 뉘여보아도 도통 잠이 오지 않았다. 이글은 짜증스럽게 혼잣말을 뱉었다. 대체 뭐가 문제야. 한참을 누워 있던 이글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고작 사흘 못봤다고 이렇게 힘들다니. 다신 안 찾아가겠다고 말한 것 치곤 초라한 모양새였다. 이글은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중얼거렸다. 대체 왜 그런 소리를 했지. 후회해봤자 소용은 없었다. 이미 말은 뱉었고, 어기기는 싫었다. 검사의 자존심이었다.
나흘 전, 리첼이 연합에 찾아온 날이었다.
"우리 언니 좀 가만 놔 둬, 홀든!"
잔뜩 화가 난 얼굴로 바락바락 악을 쓰는 리첼을 붙잡고 무슨 일이냐고 몇 번이고 물어도 리첼은 좀처럼 화를 삭히지 못했다.
"왜 그래. 리사한테 무슨 일이라도 있어?"
"너 때문에 이제 우린 음악을 못할지도 모른단말이야! 다 너 때문이라고!"
한참동안 소리를 지르던 리첼은 토마스가 만들어 준 파르페를 세 개나 먹어치우고 나서야 비로소 말문을 열었다. 일주일 전에 리사는 홀든가의 가주, 즉 이글의 아버지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편지에는 이글과의 만남을 그만두지 않으면 후원을 끊겠다는 내용이 적혀있었고, 어찌 해야할지 몰라 당황한 리사가 편지를 악보 사이에 끼워두었는데 악보를 찾다가 이를 우연히 발견한 리첼이 리사에게 무슨 일인지 묻자 펑펑 울었다는 것이다.
"너한테 그만 찾아오라는 말도 못하고 일주일동안 밤새 울었대. 언니가 그렇게 힘들어했는데 대체 넌 그동안 한 게 뭐가 있어!"
뒤통수를 엊어맞은 듯 멍했다. 이글은 방금도 리사를 만나고 온 참이었다. 리사는 평소처럼 인사해줬는데... 이글의 중얼거림을 들은 리첼은 당장이라도 파르페를 집어던질 기세로 외쳤다.
"이 멍청아. 우리 언니는 바보같이 착해서 남이 곤란해 할 말은 절대 못해!"
그래. 리사는 그랬지. 한없이 착했다. 매일같이 찾아가도 귀찮은 기색 없이 맞이해주는 상냥함. 매번 들려주는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 따스한 빛같은 소녀였다. 그런 리사가 혼자서 얼마나 울었을까. 이글은 리첼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글은 그날 밤을 꼬박 새웠다. 아버지가 눈치채지 못할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런 강경책을 써 가면서까지 말릴 줄이야. 매일 찾아가는 자신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속으로 앓았을 리사를 생각하니 미안하고 괴로워서 잠을 이룰수가 없었다. 새벽이 지나 아침이 오자 이글은 막무가내로 리사를 찾아가 리사가 뭐라 말을 하기도 전에 먼저 말을 뱉어냈다.
"이젠 더이상 찾아오지 않을게. 나 때문에 불편했을테니까. 그동안 미안했어. 리사."
그렇게 멋대로 말하고 떠나온지가 이제 겨우 사흘째였는데. 더 이상은 못버틸 것 같았다. 침대에서 일어난 이글이 중얼거렸다. 이대로는 안 되겠어. 이글은 탁자를 쳐다보았다. 리사에게 미처 전해주지 못했던 꽃다발이 유리병에 예쁘게 꽂혀있었다. 주지도 못할거면 왜 샀냐고 잔소리를 늘어놓던 나이오비의 얼굴이 눈에 선했다.
"하여튼, 오지랖도 넓으셔. 다 풀어서 꽂아놨네."
이글은 꽃 한 송이를 집어들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리사를 닮은 작고 예쁜 꽃이었다.
"전해주러 가야지. 리사한테."
전해드려야지. 아버지한테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괴롭히지 말라고. 이글은 문 밖을 나섰다.
햇살이 따스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