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퍼즈/이글리사(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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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리사] 꿈
2016.02.08 오후 09:40 손끝이 아릿하다. 안갯속에 던져진 듯 희끄무레하다. 걸어도 걸어도 온 세상이 그저 하얗다. 걸음을 멈춰 하얀 바닥을 내려다본다. 눈앞이 조금씩 붉게 물들어간다. 보랏빛 선율의 파편이 눈앞에 어지러이 흩어진다. 그만. 듣고 싶지 않아. 무슨 일이야, 언니? 급히 불을 켜며 묻는 리첼에게 앞뒤가 어긋난 대답을 한다. "괜찮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악몽을 좀 꿨어." 그래. 아무것도 아니야. 늘 있던 일이야. "리첼. 내 오르골 좀 찾아줄래?" 목소리가 가늘게 떨린다. 리첼에게 의지하고 싶지는 않은데... 좀처럼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리첼이 건네준 오르골을 찬찬히 돌린다. 언제나와 같은 소리가 들려온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게 만드는 이 오르골. 독이란 건 알지만 오르..
2016.06.20 -
[이글리사] 작심삼일
2016.01.30 오후 11:09 이글은 정신없이 방 안을 빙빙 돌았다. 아침부터 되는 일이 없었다. 검술 연습을 하면 손가락을 베이고, 식사를 하면 포크를 떨어뜨렸다. 샤워를 하면 찬 물 세례를 받았다. 하다 못해 푹신한 침대 위에 몸을 뉘여보아도 도통 잠이 오지 않았다. 이글은 짜증스럽게 혼잣말을 뱉었다. 대체 뭐가 문제야. 한참을 누워 있던 이글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고작 사흘 못봤다고 이렇게 힘들다니. 다신 안 찾아가겠다고 말한 것 치곤 초라한 모양새였다. 이글은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중얼거렸다. 대체 왜 그런 소리를 했지. 후회해봤자 소용은 없었다. 이미 말은 뱉었고, 어기기는 싫었다. 검사의 자존심이었다. 나흘 전, 리첼이 연합에 찾아온 날이었다. "우리 언니 좀 가만 놔 둬, 홀든!" ..
2016.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