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리첼] 퓨어블링블링루비파티
2016. 6. 20. 02:58ㆍ사이퍼즈/이글리첼
2016.06.18 오후 11:47
이글 전력 60분
주제:립스틱
간만에 호라이즌까지 왔는데, 리첼이 없다.
"어라?"
얘가 어딜 갔지. 여기저기 헤집고 다녀봐도 리첼은 보이지 않았다. 로봇 만드는 애도 덩달아 안 보이고, 눈 만드는 애도 자긴 잘 모르겠단다. 이글은 휴우, 한숨을 내쉰다.
"역시 미리 연락을 해 볼걸 그랬나."
하여튼 나는 이게 문제라니까. 중얼거리며 손에 든 걸 만지작거린다. 누군가 쳐다보는 느낌에 고개를 돌려보니 기둥 뒤에 리첼의 언니가 서 있다. 성큼성큼 다가서서 말을 붙인다.
"야. 너 왜 나만 보면 숨냐?"
"네? 아, 저, 저는, 그...그냥..."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 어째 자기가 괴롭힌것 같은 모양새라 괜히 미안해진다. 이글은 머쓱하게 웃는다.
"미안. 탓하려는건 아니었어."
"죄, 죄송해요. 제가 낯을 좀 가려서..."
그제야 리첼이 언니 걱정을 그렇게 하는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괜찮아. 그럴수도 있지. 근데 리첼은 어디갔어? 한참 찾아도 안 보이던데. 그 캐럴인가 하는 애도 모른다고 하고..."
말하면서 슬쩍 눈치를 보니 리사는 적잖이 당황한 듯 싶었다. 뭐야, 무슨 일 있는건가?"
"아, 그, 그게, 리...리첼이 멜빈이랑 같, 같이..."
둘이서? 놀란 마음에 큰 소리를 내자 리사는 더 겁을 먹고 기둥 뒤로 눈만 빼꼼히 내민다.
"아니, 그, 그런 건, 아니고..."
"뭔데? 빨리 말해 봐."
다급한 마음에 리사를 재촉한다.
"오늘... 세일...한다고... 짐꾼으로 멜, 멜빈을 데려갔...어요."
"...뭐?"
'그 약골을 데려갔다고?' 하는 소리가 목 밑까지 차오르지만 간신히 삼킨다. 그 비실거리는 녀석이 짐을 제대로 들고 올 순 있나? 이글의 표정을 읽었는지 리사가 조심스레 입을 뗀다.
"그, 그래도 없는 것 보다는 나을...거라고, 그랬어요."
"그래도 좀 불안한데... 데려갈거면 다른 녀석도 있잖아. 라이언인가 하는 걔도..."
딸랑, 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걘 감기라 병원 갔어!"
"어? 꼬맹아, 왔ㄴ..."
"리, 리첼, 리첼!"
말을 마치기도 전에 리사가 우다다다 달려간다. 팔을 붙잡는 언니를 달래면서 이쪽을 째려보는 리첼을 보니 지은 죄도 없는데 뭔가 잘못한 기분이다.
"야. 백수! 너 언니한테 뭐라고 했어!"
"어어? 나 별로 아무 말도 안 했어!"
"안 하긴 무슨! 그럼 언니가 왜 이러는데!"
"이, 이글 씨는 아무말도 안, 안 했어..."
"괜찮아 언니. 나한테 다 말해. 쟤가 뭐라 그랬어?"
"나 진짜 별 거 안 했다니까!"
"넌 좀 가만히 있어, 백수 홀든!"
"컥."
"이글 홀든. 완벽하게 백수. 옳은 말이지만 자존심에 치명타가 예상됩니다."
"조, 조용히 해 제피..."
가만히 있던 제피가 하필 저 타이밍에 조잘거리자 제작자는 답지않게 다급히 제피를 등 뒤로 숨겨버린다.
"노랑이 말은 이미 다 들었거든!"
"잘못 들은거야..."
잘못 듣기는 무슨! 울컥하려는 찰나에 리첼이 소리친다.
"아, 됐고! 다들 들어가! 나랑 백수만 여기 남는다. 실시!"
"시, 실시..."
두 사람이 방으로 들어가자 리첼이 이글의 팔을 철썩철썩 때린다.
"아야. 아파 꼬맹아~"
"신체 강화 능력자가 아프긴 왜 아파? 언니한테 무슨 소릴 한거야!"
"너 어디갔냐고밖에 안 물어봤어."
"분명 다른 소릴 했겠지. 그 전엔 뭐 물어봤는데?"
"어... 왜 나만 보면 도망가냐고?"
"어유 이 화상아!"
방금 전보다 더 세게 때리는지 착착 감기는 소리가 일품이다.
"아야야. 아파, 아프다구!"
"미아 언니 따라하지 말고. 하여튼 내가 못살아!"
"꼬맹이님, 때리지 마세요! 오빠가 많이 아파요!"
"잘못했다고는 안 하냐?"
"제가, 잘못했어요오."
어설픈 샬럿 흉내에 리첼은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한다.
"아, 화날라그래."
"잘못했습니다."
손은 왜 잡냐며 화를 내려는데 손바닥에 길쭉둥글한 뭔가가 느껴진다. 언뜻 보니 붉은 빛의 무언가다.
"이게 뭐야?"
"화장품 가게 앞을 지나가는데 세일한다길래."
이글이 쥐어준 물건은 반짝거리는 분홍빛 반투명 케이스에 든 붉은색 립스틱이었다. 어떻게 알았는지 심지어 리첼이 가지고 싶던 색상.
"그 색 맞지?"
"...어떻게 알았어?"
놀란 표정의 리첼에게 이글은 씩 웃어보인다.
"지난번에 네가 그랬잖아. 네 취향이라고."
그게 벌써 3주는 더 된 이야기인데 그걸 기억하다니. 리첼은 조금 놀라선 서둘러 다른 이야기를 꺼낸다.
"직접 들어가서 산거야?"
"당연하지!"
정말 당당한 표정이다.
"거기 직원들이 뭐라고 불렀어?"
"어...왕자님..."
이글이 머뭇거리며 대답하자 리첼은 킥킥거린다.
"그럴 것 같았어. 달라고 할때는 뭐라고 했어? 저거 주세요, 했어?"
"어? 아니."
설마...
"그럼 뭐라고 했는데?"
"입에 바르는건데 빨간색이고 이름이 퓨어블링블링루비파티인거 달라고 했지."
리첼은 감탄하고 말았다.
"와, 세상에. 이글 홀든. 너 정말 대단해. 부끄럽진 않았어?"
"선뜻 말하긴 어려웠는데 별로 부끄럽...긴...했어..."
한숨을 내쉬는 모양새가 퍽 귀엽다. 리첼은 가볍게 웃는다.
"어떻게 사긴 샀네? 잘 했어."
멍하니 서 있던 이글은 뿌듯한 얼굴을 하더니 갑자기 뭔가 생각난 모양이다.
"헉. 맞다. 나이오비가 오늘 회의있다고 다섯시까진 오랬는데!"
"뭐? 지금 다섯시 넘었는데?"
"으악, 나 갈게 꼬맹아! 나중에 다시 봐!"
"응. 조심히 가. 얼른 가!"
"어엉!"
그는 뒤를 돌아보고 한 번 웃어주더니 그대로 달려나간다. 하여튼, 못살아. 그나저나 이건 어쩌지? 리첼은 손바닥에 쥐어진 작은 케이스를 들여다본다.
"리첼. 그거 아까 산 거랑 같은 거 같은데...?"
"응. 맞아. 룩앳미원투립 3호 퓨어블링블링루비파티."
"이름이 왜... 근데 두 개나 있으면 어떻게하려고."
"...몰라. 준 사람 성의가 있는데 그냥 이것부터 쓰지 뭐!"
어쩔 수 없다는 말투와는 달리 표정은 꽤 좋아보이는 리첼. 멜빈은 정말 사람 속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감정인식 에러. 표정과 말이 매치되지 않습니다."
"조, 조용히 해 제피..."
아무래도 제피의 설정을 조정해둬야 할 것 같다.
이글 전력 60분
주제:립스틱
간만에 호라이즌까지 왔는데, 리첼이 없다.
"어라?"
얘가 어딜 갔지. 여기저기 헤집고 다녀봐도 리첼은 보이지 않았다. 로봇 만드는 애도 덩달아 안 보이고, 눈 만드는 애도 자긴 잘 모르겠단다. 이글은 휴우, 한숨을 내쉰다.
"역시 미리 연락을 해 볼걸 그랬나."
하여튼 나는 이게 문제라니까. 중얼거리며 손에 든 걸 만지작거린다. 누군가 쳐다보는 느낌에 고개를 돌려보니 기둥 뒤에 리첼의 언니가 서 있다. 성큼성큼 다가서서 말을 붙인다.
"야. 너 왜 나만 보면 숨냐?"
"네? 아, 저, 저는, 그...그냥..."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 어째 자기가 괴롭힌것 같은 모양새라 괜히 미안해진다. 이글은 머쓱하게 웃는다.
"미안. 탓하려는건 아니었어."
"죄, 죄송해요. 제가 낯을 좀 가려서..."
그제야 리첼이 언니 걱정을 그렇게 하는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괜찮아. 그럴수도 있지. 근데 리첼은 어디갔어? 한참 찾아도 안 보이던데. 그 캐럴인가 하는 애도 모른다고 하고..."
말하면서 슬쩍 눈치를 보니 리사는 적잖이 당황한 듯 싶었다. 뭐야, 무슨 일 있는건가?"
"아, 그, 그게, 리...리첼이 멜빈이랑 같, 같이..."
둘이서? 놀란 마음에 큰 소리를 내자 리사는 더 겁을 먹고 기둥 뒤로 눈만 빼꼼히 내민다.
"아니, 그, 그런 건, 아니고..."
"뭔데? 빨리 말해 봐."
다급한 마음에 리사를 재촉한다.
"오늘... 세일...한다고... 짐꾼으로 멜, 멜빈을 데려갔...어요."
"...뭐?"
'그 약골을 데려갔다고?' 하는 소리가 목 밑까지 차오르지만 간신히 삼킨다. 그 비실거리는 녀석이 짐을 제대로 들고 올 순 있나? 이글의 표정을 읽었는지 리사가 조심스레 입을 뗀다.
"그, 그래도 없는 것 보다는 나을...거라고, 그랬어요."
"그래도 좀 불안한데... 데려갈거면 다른 녀석도 있잖아. 라이언인가 하는 걔도..."
딸랑, 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걘 감기라 병원 갔어!"
"어? 꼬맹아, 왔ㄴ..."
"리, 리첼, 리첼!"
말을 마치기도 전에 리사가 우다다다 달려간다. 팔을 붙잡는 언니를 달래면서 이쪽을 째려보는 리첼을 보니 지은 죄도 없는데 뭔가 잘못한 기분이다.
"야. 백수! 너 언니한테 뭐라고 했어!"
"어어? 나 별로 아무 말도 안 했어!"
"안 하긴 무슨! 그럼 언니가 왜 이러는데!"
"이, 이글 씨는 아무말도 안, 안 했어..."
"괜찮아 언니. 나한테 다 말해. 쟤가 뭐라 그랬어?"
"나 진짜 별 거 안 했다니까!"
"넌 좀 가만히 있어, 백수 홀든!"
"컥."
"이글 홀든. 완벽하게 백수. 옳은 말이지만 자존심에 치명타가 예상됩니다."
"조, 조용히 해 제피..."
가만히 있던 제피가 하필 저 타이밍에 조잘거리자 제작자는 답지않게 다급히 제피를 등 뒤로 숨겨버린다.
"노랑이 말은 이미 다 들었거든!"
"잘못 들은거야..."
잘못 듣기는 무슨! 울컥하려는 찰나에 리첼이 소리친다.
"아, 됐고! 다들 들어가! 나랑 백수만 여기 남는다. 실시!"
"시, 실시..."
두 사람이 방으로 들어가자 리첼이 이글의 팔을 철썩철썩 때린다.
"아야. 아파 꼬맹아~"
"신체 강화 능력자가 아프긴 왜 아파? 언니한테 무슨 소릴 한거야!"
"너 어디갔냐고밖에 안 물어봤어."
"분명 다른 소릴 했겠지. 그 전엔 뭐 물어봤는데?"
"어... 왜 나만 보면 도망가냐고?"
"어유 이 화상아!"
방금 전보다 더 세게 때리는지 착착 감기는 소리가 일품이다.
"아야야. 아파, 아프다구!"
"미아 언니 따라하지 말고. 하여튼 내가 못살아!"
"꼬맹이님, 때리지 마세요! 오빠가 많이 아파요!"
"잘못했다고는 안 하냐?"
"제가, 잘못했어요오."
어설픈 샬럿 흉내에 리첼은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한다.
"아, 화날라그래."
"잘못했습니다."
손은 왜 잡냐며 화를 내려는데 손바닥에 길쭉둥글한 뭔가가 느껴진다. 언뜻 보니 붉은 빛의 무언가다.
"이게 뭐야?"
"화장품 가게 앞을 지나가는데 세일한다길래."
이글이 쥐어준 물건은 반짝거리는 분홍빛 반투명 케이스에 든 붉은색 립스틱이었다. 어떻게 알았는지 심지어 리첼이 가지고 싶던 색상.
"그 색 맞지?"
"...어떻게 알았어?"
놀란 표정의 리첼에게 이글은 씩 웃어보인다.
"지난번에 네가 그랬잖아. 네 취향이라고."
그게 벌써 3주는 더 된 이야기인데 그걸 기억하다니. 리첼은 조금 놀라선 서둘러 다른 이야기를 꺼낸다.
"직접 들어가서 산거야?"
"당연하지!"
정말 당당한 표정이다.
"거기 직원들이 뭐라고 불렀어?"
"어...왕자님..."
이글이 머뭇거리며 대답하자 리첼은 킥킥거린다.
"그럴 것 같았어. 달라고 할때는 뭐라고 했어? 저거 주세요, 했어?"
"어? 아니."
설마...
"그럼 뭐라고 했는데?"
"입에 바르는건데 빨간색이고 이름이 퓨어블링블링루비파티인거 달라고 했지."
리첼은 감탄하고 말았다.
"와, 세상에. 이글 홀든. 너 정말 대단해. 부끄럽진 않았어?"
"선뜻 말하긴 어려웠는데 별로 부끄럽...긴...했어..."
한숨을 내쉬는 모양새가 퍽 귀엽다. 리첼은 가볍게 웃는다.
"어떻게 사긴 샀네? 잘 했어."
멍하니 서 있던 이글은 뿌듯한 얼굴을 하더니 갑자기 뭔가 생각난 모양이다.
"헉. 맞다. 나이오비가 오늘 회의있다고 다섯시까진 오랬는데!"
"뭐? 지금 다섯시 넘었는데?"
"으악, 나 갈게 꼬맹아! 나중에 다시 봐!"
"응. 조심히 가. 얼른 가!"
"어엉!"
그는 뒤를 돌아보고 한 번 웃어주더니 그대로 달려나간다. 하여튼, 못살아. 그나저나 이건 어쩌지? 리첼은 손바닥에 쥐어진 작은 케이스를 들여다본다.
"리첼. 그거 아까 산 거랑 같은 거 같은데...?"
"응. 맞아. 룩앳미원투립 3호 퓨어블링블링루비파티."
"이름이 왜... 근데 두 개나 있으면 어떻게하려고."
"...몰라. 준 사람 성의가 있는데 그냥 이것부터 쓰지 뭐!"
어쩔 수 없다는 말투와는 달리 표정은 꽤 좋아보이는 리첼. 멜빈은 정말 사람 속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감정인식 에러. 표정과 말이 매치되지 않습니다."
"조, 조용히 해 제피..."
아무래도 제피의 설정을 조정해둬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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